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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여행 기타

[강릉여행] 모정탑의 노추산

by The.Nubida 2017.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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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가 햇살에 예쁘게 반짝이는 날에 강릉여행을 떠났습니다.  강릉으로 사람들과 함께 떠난 곳에서 노추산에 들렀답니다.  노추산은 예전부터 유명한 장소는 아니었지만 한 할머니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처음 들어보는 장소이기도 하고 너무 해질녘에 들르게 된 곳이라서 별로 기대는 안했습니다.  하지만 산에 깊숙히 들어갈 수록 한 사람의 정성과 세월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노추산의 유래를 들려드릴께요.

옛날에 차옥순이라는 할머니께서 스물셋의 어리고 고운 나이에 서울에서 강릉으로 시집을 왔습니다.  시집을 온 후에 자녀 4남매를 두었는데 그 중 아들 둘을 잃고 설상가상으로 남편은 정신질환을 앓게 되는 등 집안에 근심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할머니가 40대에 이르렀던 어느날 밤 꿈에 산신령이 나타났습니다.  산신령은 산속 계곡에 돌탑 3000개를 쌓으면 집안에 생긴 우환이 없어진다는 신기하고 묘한 꿈을 꾸게 됩니다.  신령님의 돌탑꿈을 꾼 뒤로 할머니는 돌탑을 쌓을 좋은 장소를 거의 1년동안 찾아다니시다가 마침내 율곡이이 선생님의 정기가 살아있는 노추산 자락에 1986년부터 돌탑을 쌓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돌답을 쌓기 시작한 무려 26년동안 3000개의 돌탑을 완성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2011년 8월 29일 68세로 세상을 떠나셨다고 합니다.  가족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며 돌탑을 쌓은 후 할머니는 평안한 세월을 맞이하지 못하고 굽어진 허리와 거친 손으로 생을 마감하셨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참 마음이 슬프기도 합니다.

차옥순 할머니는 돌아가시기전에 대기리 마을 사람들에게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게되면 지금껏 쌓아온 돌탑을 관리해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기리 사람들은 자식을 가족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깃들어진 곳이라고 하여 노추산 모정탑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지금까지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찌보면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단지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면서 가녀린 여인의 몸으로 혼자서 26년간 3천개의 돌탑을 쌓을 정도의 위대했던 어머니 사랑의 사연이 있는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의 노추산입니다.  노추산 초입에는 여행객들이 중간중간 산을 오르고 내려가면서 쌓았을 것 같은 무릎정도 높이의 돌탑들이 보입니다.  입구에서 들어가다보면 석탑이 보이는데 이 석탑은 율곡선생의 구도 장원비라고 합니다.  율곡선생이 9번 장원급제를 했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실제 율곡선생이 이곳 노추산에서 학문을 닦으면서 쓴 글을 새겼다고 합니다. 

어떻게 여인의 몸으로 손수 돌을 날라가며 이렇게 많은 돌탑을 쌓을 수 있었을까요.  역시 세상의 어머니는 위대하다는 것을 다시 느끼는 순간입니다.  사실 모정탑을 쌓았던 할머니의 이름은 차옥순이 아니라 차순옥이라고 합니다.  안내표지판에는 차옥순 할머니로 표시가 되어있는데 곧 차순옥 할머니로 변경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모정탑으로 걸어가는 길은 하늘을 향해 쑥쑥 자란 나무들이 많고 계곡과 바위들 그리고 갈대들이 어우러져 정말 아름답고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과 삼림욕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곳이랍니다.  오후 해질녘에 가니 햇살에 비치는 억새도 예쁘더라구요.

모정탑에 진입하면서 갈수록 돌탑의 크기가 커지고, 사람키높이만큼의 돌탑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리고 돌탑 윗쪽에 사람이름과 숫자들이 써져있어서 사람들이 등산 기념하려고 이름쓰고 낙서를 한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할머니가 돌탑을 쌓을 때 평안을 빌어줄 사람들의 이름과 생일을 적어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가족의 평안과 건강을 위해 쌓기 시작했던 돌탑의 모정이 이웃과 모든 사람의 안녕을 빌어주는 돌탑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어마어마하고 많은 수의 돌탑을 혼자 쌓았을까요.  오로지 가족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쌓았다고 하는 그 마음을 되새기니 정말 마음이 아려옵니다.  정말 어머니의 마음은 넓고 어머니는 위대합니다.

노추산이 사람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입소문을 타고 등산객들이 많이 방문을 하고있습니다.  자식을 위해 모정으로 쌓았던 할머니의 돌탑이 훼손되지 않고 오래오래 사람들의 마음 깊이 모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 말씀도 잘 듣지도 않는 철부지 딸인데 최순옥 할머니가 쌓은 모정탑에 들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정말 부모님께 잘해야겠다는 교훈도 얻고갑니다.  그저 신기한 돌탑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26년간 세월의 정성은 정말 기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돌탑을 처음 본 것은 마이산 금수사의 돌탑이었는데 노추산의 돌탑은 어머니의 정성이 녹아있어 더욱 의미가 깊은 것 같습니다.

강릉에 오시면 햇살이 따뜻한 오후에 이곳 노추산에 한번 들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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